무하마드 알리, 권투선수가 아닌 투지의 인물로 기억되는 이유


무하마드 알리는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는 말이 진부할 지경일 정도로 유명한 복싱 선수다. 요즘 젊은 친구들한테는 생소할 수도 있을 만큼 옛날 유명인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내게 그냥 잘난 권투선수로만 알았었다.

그 날 그 모습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렇게 이 잘난 스포츠 선수를 무시한 것은 내 성향 혹은 편견이 한몫을 했다. 나는 스포츠보다 예술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그리고 운동선수들이란 그 어떤 기록을 남기든 그게 무슨 대수냐 싶다. 세계 챔피언에 세 번 오름. 통산전적 61전 56승 5패. 대단한 기록이다. 하지만 그래서 뭐?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개막식. 한 사나이가 마지막 성화 점화를 한다. 아무리 봐도 건강한 사람은 아니다. 얼굴 근육이 일그러졌고 걷는 것도 이상하다. 뭔가 몸이 많이 불편한 모양이다. 처음에는 장애인을 일부러 성화 봉송에 추가한 모양이다 싶었다. 그 불편한 몸으로도 끝까지 성화 봉송을 해내는 것을 보니 가슴 뭉쿨했다. 

그런데 이 사람이 그 잘나가던 무하마드 알리라는 것이다. 그가 무하마드 알리라고 말해주기 전에는 알아 보기조차 힘든 모습이었다. 늙고 지치고 병에 찌든 사람이 무하마드 알리라고?

가장 먼저 든 느낌은 인생 참 무상하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건강하고 세계 챔피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도 저렇게 무너지는구나. 하지만 이 감상은 아주 잠깐이었다.

벼락 같은 깨달음. 내가 알리였으면 저런 모습을 보여줬을까? 병에 걸린 것을 숨기고 과거의 영광을 그리워 하지 않았을까.

1984년부터 파킨슨 병으로 시달렸음에도, 그는 전혀 패배한 기색이 없었다. 그리고 전세계 사람들이 주목하는 올림픽 개막식 자리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것을 포기할 때 당신은 패배한 것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했던 말이다.

수많은 권투선수 중에 유일하게 내가 정말 위대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무하마드 알리뿐이다. 

링에서의 싸움이 아니라 삶 그 자체의 싸움에서 절대 굴하지 않는 투지의 인물로서 그를 기억하리라.

Posted by 러브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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